사라진 여름의 기억

Writings 2008.10.30 18:13

어제 밤 책을 읽다가 문뜩 시월의 끄트머리에 서있다는 사실과 그것이 믿기지 않아 적응하는 상황이 어색했다. 날짜는 1029일이 명확하나 내 자신이 인정을 하지 못하였고, 그 이유를 찾기 위해 곰곰이 생각을 하였다.

 

어쩌면 너무나 뻔한 답인데 막상 적으려니 민망하기까지 하다. 기록의 부재 말이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한다는 핑계 아래 글도 사진도 무기한 중단했다. 실은 내 자신이 게으르고 작년의 글을 들춰보면 온통 비판적인 내용 일색이었기에 무엇을 남겨야 한다는 의욕 조차 잃었었다. 나의 상황이 힘들다고 말하기는 쉬웠지만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기억하지 못하겠다. 당시 나는 나의 동굴로 들어가 일단 현실을 도피하고 보자는 선택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내 여름은 통째로 날아가버린 셈이다.

 

단적으로 나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진공상태인데, 예전 같은 경우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인들을 만나면 누군가는 나를 촬영하였고, 이에 익숙해지다 보니 당연하게 느껴졌던 것일까? 여름 내내 난 교류도 소통도 없이 살아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심지어 누구와 어디서 식사를 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해 신용카드 기록을 조회하여 역추적하는 발상도 해보았다. 적어도 내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가를 더듬어 찾을 수 있다면 일부의 기억은 끄집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미련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헛되게 보낸 세월은 아니니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상호교류 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나의 노력의 씨앗을 심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시 부단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시기이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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