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근무

Writings 2008.12.02 00:56



군대의 취침시간은 22:00, 그러니까 오후 10시다. 공교롭게도 공중파 방송의 황금 시간대이자 가장 경쟁력 있는 드라마를 방영하기 시작하는 순간이지만 아이들은 도입부의 주제가를 한번 감상한 후 광고가 나옴과 동시에 잠을 자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구차한 인기의 비결이자 간부와 병사간 인간미가 드러나는데, 취침시간 이후에 방영하는 연속극을 시청하게 해준다. 중요한 건 습관적으로 하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 또한 상급자의 불시방문에 무사할 수 없다는 사실.

늘 좋은 사령이진 않았고 꽤나 자주 잠들었다. 아침에 차마 날 흔들어 깨우지 못해 옆에서 속삭이듯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밤새 밀린 일을 처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타인에게만 엄격한 인간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4년이 지난 지금 당직이 아주 가끔 그립다. 마음이 통하는 아이들과 밤새 대화를 나누고 담배연기를 날리며 울타리 밖의 세상에서 각자 영위하던 삶을 추억하던 그때. 별이 쏟아지던 하늘아래의 정적, 취사장 옆에 있던 낡은 커피자판기,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소리, 그리고 암구호 놀이. 끝이 보였기에 희망이 있었고 절망하지 않았다.

사회생활과 생존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Uis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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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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