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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만든 샌드위치, 어디 없을까?

Writings 2009.12.0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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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 카페의 클럽 샌드위치. 가운데 토스트는 어디간 건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음식을 꼽을 때 샌드위치를 빼놓을 수 없다.

내 기억에 심오한 인상을 새긴 첫 샌드위치는 아디스 아바바의 힐튼 호텔에서 먹은 클럽 샌드위치였다. 웨이터가 그 접시를 테이블에 내려놓기 전까지 내가 갖고 있었던 얇고 빈약한 샌드위치의 세계관을 깡그리 무너뜨린 특이한 구성과 장엄한 크기는 나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사브르 자루가 달린 이쑤시개를 샌드위치 중심부에 관통시켜 자멸하지 못하도록 막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엑스칼리버 놀이를 하기에 적합한 구상이었다. 조만간 롱기누스의 창을 어느 거룩한 샌드위치의 몸통에서 뽑아줘야겠다. 그러고 보면 이런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이쑤시개를 만난 지도 오래됐다. 각설하고, 그 후 성장하여 대면한 빅맥도 넘지 못할 산, 아니 한 입에 넣지 못할 음식이라는 짜릿한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렇게 클럽 샌드위치는 나의 마음속에 절대 샌드위치(the One Sandwich)가 된 것이다. 어느 소설에 상세히 소개 되듯이, 세상엔 수백 종류의 샌드위치가 있지만 모두 절대 샌드위치 밑에 있다. 입맛이 없다면 하등한 샌드위치가 나열된 메뉴를 고르며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대인배답게 클럽 샌드위치를 주문하길 권한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음식이지만, 근 몇 년간 밖에서 샌드위치를 사먹기 꺼려지는 가장 큰 이유는 빵의 선택과 처리에 있다. 빵의 종류에는 흰빵, 호밀빵, 바게트빵, 통밀빵, 복합밀빵, 소맥빵, 감자빵, 베이글, 마늘빵, 할라빵, 곡물빵, 브리오슈, 치아바타 등이 있고, 이 빵들을 토스트 하게 되면 대략 다양성은 배가 되는데 무엇을 고르느냐에 따라 샌드위치의 성격도 변한다. 제작에 앞서 빵에 버터나 마가린 등을 발라 다른 재료에서 흘러나오는 수분으로부터 눅눅하지 않게 보호해 주어야 한다. 이는 필수적인 과정임에도 생략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먹다 보면 빵이 젖어 화가 날 때도 있다. 기본이 안 되어 있는데 속(내용물)에 대해 어찌 더 말을 잇겠는가? 하긴 빵의 민족이 아닌데 과도한 요구일 수도 있겠다. 육덕진 생크림 케익에서 진보한지 얼마 안 됐다는 사실을 잠시 잊은 내가 잘못이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자주 부딪힌 인식의 벽이 있었는데, '그걸로 밥이 되냐?'는 질문이었다. 쌀을 씹어 삼키지 않으면 정상적인 식사가 아니라고 간주하는 이분법이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같은 값이면 샌드위치가 몸에 덜 해로울 뿐만 아니라 보다 균형 잡힌 영양분을 제공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맛을 음미하며 즐기는 내게 마치 무슨 딱한 사정이 있거나 업무에 쫓겨서 어쩔 수 없이 한 끼 때운다는 듯이 보는 시선을 맞닥뜨리면 식욕은 물론이요, 그 무지함을 일깨워줄 설명을 할 의욕을 잃곤 했다. 정말이지 그건 답답한 벽이다. 어쩌면 샌드위치를 위시한 빵 종류의 음식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 때문에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그에 합당한 결과물을 바라는 소수가 피해를 보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므로 좋은 샌드위치를 먹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최선은 선택은 호텔에서 주문하여 먹는 것 외에는 샌드위치 제작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식당을 찾는 방법뿐이 없다. 세련된 맛은 떨어지지만 지금은 그 수가 줄어들어 찾기 힘들어진 서브웨이 프렌차이즈나 이제는 거의 사라진 탄탈루스가 그리울 때가 많다. 전문 카피점들 중 일부는 호텔 외식사업부와 연계하여 빵 종류를 납품 받는데 새벽에 만들어지는 관계로 바로 만든 샌드위치와 견주기 힘들다. 특히 아르바이트 직원의 파렴치한 행태로 인해 먹지 못할 뒤범벅이 될 수 있는 위험은 가히 치명적인 요소로, 저가 프렌차이즈는 알면서 당한다고 쳐도 하이앤드 체인에서 봉변을 당할 경우 난감하기 그지없다.

직접 만들어 먹기는 너무 귀찮고... 어디 맛있는 곳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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