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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에 대하여

Writings 2008.01.1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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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Bourget / drawing by Henry Anson Hart>


Il faut vivre comme on pense, sans quoi l'on finira par penser comme on a vécu.
One must live the way one thinks or end up thinking the way one has lived.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결국 살아온 대로 생각하게 된다.

프랑스 작가이자 비평가인 폴 부르제(Paul-Charles-Joseph Bourget, 1852~1935)가 남긴 말이다. 국내에는 잘못 알려져서 기사까지 시인 Paul Valery(1871-1945)로 표기하는 웃지 못할 현상을 일으켰다. 인터넷의 폐단이 아닌가 한다. 마감에 쫓기는 현실은 이해하나 불량한 기자들은 네이버 검색으로 한 건 해보겠다는 마음가짐에 대해 반성하고 향후에는 철저하게 검증 해주길 바란다.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하자면, 현재 한국사회에서 흔히 쓰이는 형태는 다음과 같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작은 차이 하나로 순식간에 무시무시한 저주가 되기도 하고 읽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느끼게 만든다. 물론 스스로에 대해 매우 만족하며 본인이 잘하고 있다고 끄덕이는 사람도 있으리라. 그러기에 나는 축복의 빛 밖에서 떨고 있는 인류를 위해 감히 말한다. 부르제가 차분하게 남긴 말과 현재 떠도는 격양된 말은 분명한 괴리가 있다. 'A 하지 않으면 B가 된다,'라는 비약이 생겨나게 된다. 마치 A가 더 좋고 B를 벗어나야 할 위협으로 간주하는 오류란 소리다. 저 글귀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받는 인상이기도 하거나와. 그러나 A가 항상 B 보다 고귀하거나 정의롭지 않을 수도 있다. 주변을 둘러봐라. 우리가 옳고 정상이라고 여기는 범주는 살아온 대로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럼에도 통상 저런 문구는 고진감래한 사람들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추세이며, A는 B에 비해 어렵고 극복해야 하는 과제로 다뤄진다. 다만 A가 이루어지면, 즉 생각하는 대로 살게 되면 그것은 다시 B가 되며, 새로운 A가 생성되는 반복 양상이 나타난다. 결국 우리는 항시 생각하는 바와 살아가는 현실을 냉철하게 구분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동시에 자신의 안주(安住)에 대한 성찰도 곁들이면 바람직하지 않을까?

나의 글을 읽어본 사람들은 내가 지면에서 얼마나 냉소적인 필자인지 짐작했으리라 믿는다. 이제부터 내가 작성을 한 의도를 풀어 나가고자 한다.

이쯤에서 나는 생각하는 대로 살아왔는가 스스로에 물어볼 수 밖에 없다.
※ 기준은 내 나름대로 설정했는데 성인이 되고 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린 시점을 정리해 본다. 당신이 만약 중학교 때 스스로 민족사관 고등학교에 가기로 결심하고 입학했다면 포함해도 무관하다. 그렇게 보면 나는 참으로 수동적인 삶을 살아온 것 같다.

2000년: 대학생활 따위엔 관심이 없었고 오직 놀고 싶었다. 이루어졌다.
2001년: 이성과 사랑에 대한 탐구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인정하기 싫지만 옹졸한 애인이었다.
2002년: ROTC 1년차에겐 생각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선택이 없다. 열심히 굴렀다.
2003년: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에 심취하여 사진가의 꿈을 꾸기도 했다. 행사 촬영을 맡았다.
2004년: 입원, 졸업, 임관, 훈련, 업무로 생존하기 바빴던 시절. 합리적이고 인덕 있는 관리자가 되고자 노력했다.
2005년: 정치 외교에 대한 지식, 경력, 그리고 돈을 갈구하여 통역장교 신분으로 이라크에서 근무했다.
2006년: 전역하고 인간성 회복이라는 주제 아래 마음의 풍요를 찾기 위해 유럽으로 세 번째 여행을 떠났다.
2007년: 경제 지식 함양 및 인격의 완성을 위해 철학을 공부하며 한국 대기업에 다녔다. 현재 재정과 인성은 파탄 지경.

나의 첫 상관이었던 대대장이 항상 입에 달고 다닌 말이 "타성(惰性)에 젖으면 안 된다,"였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얼룩무늬 모자 챙의 아랫부분에 초지일관(初志一貫)이라고 적어놨을 정도로 현실 안주에 대한 경계를 보여주었다. 그가 그렇게 부르짖었던 말을 그 당시에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나 조차 게을러지고 말았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도 그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는 선잠을 깨워주는 이도, 얼룩무늬 모자도 없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좁은 우리에 가두는 행위를 현실의 탓으로 돌리려 한다. 다음은 뻔한 얘기지만 살아온 대로 생각하게 되는 순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까?
2008년: 살아온 대로 생각하는 게 정말 치명적인 오류가 되는 걸까? 확실한 사실은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떠한 생각을 가슴 속에 품을지는 각자가 신중하게 선택할 문제이다.

원문의 주인공으로 잘못 알려진 Paul Valery의 격언으로 글을 마칠까 한다.
The best way to make your dreams come true is to wake up.
당신의 꿈을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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